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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필 검머외가 본 "납득"의 중요성 (르세라핌과 힙합? 장문주의)

baboho2024.05.07 12:54조회 수 1022추천수 5댓글 4

안녕하세요 군필 검머외입니다. 삶의 절반 정도는 한국, 절반 정도는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검머외는 아니겠네요, 미국 귀화를 고민 하던 차 입대를 해서 쭉 한국인으로 살기로 한 것이라. 필력이 부족하거나 문체가 어색해도 이해 부탁 드립니다.  

 

뷰너로 불타는 커뮤니티를 보며 문득 든 생각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납득이 되는가?" 혹은 "메세지가 타당한가?" 를 노래 가사 속에서 따지는 것 같습니다. 쉽게 보면 "음악"이라는 예술 속에서 가사를 논할 때, 언행일치를 요구하는 (요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언행일치에 프리미엄을 붙이는) 것 같네요. 메신저의 무결함도 원하는 것 같고요. 

 

힙합 밖의 예를 들자면, 르세라핌이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여론이 안좋지만, 공격의 앵글 중 하나는 "말로는 고생, 고난, 역경 이런 애들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류의 비판인데, 국힙의 지난 10년...? 정도의 가사를 비판하는 앵글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티스트 거론 없이도, 네 여자, 마약, 된장드릴 (?), 등등 가사에 대한 비판을 볼 때, 아티스트/퍼포머로써의 표현 영역인 가사를 한 개인의 일반적 발화와 동일시하고, 그 간극 (언행일치의 부재, 납득의 불가능함)을 비판의 근간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에서 유난히 더 자주 보이는 것 같고요, 거기서 나오는 거부감 또한 큰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경향을 의식해서 제목에 "군필 검머외"부터 박아버렸네요. 

 

그러한 경향의 옳고 그름은 너무 큰 질문이라 여기서는 다루기 어려울 것 같지만 (거의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라, 저도 항상 고민하고 지냅니다), 우리나라에서 꽤나 강한 그러한 경향으로 인해 힙합의 이미지가 더욱 빨리 안 좋아진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뷰너의 검머외 공격 앵글은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픕니다. 근시안적이고 구시대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검머외"라는 비판에는 비단 국적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특권에 대한 비판도 섞여있다고 생각하여 이 또한 복잡한 문제겠지요. 개인적인 아쉬움을 떠나서, 위에 말한 경향이 강한 나라인만큼, 아티스트도 보편적 의미의 남성성을 부풀리고 내세우는 음악을 만들고, 소비자도 보편적 의미의 남성성을 갈구하는 시장이기에, 군필 / 검머외 / 국내에서 경제활동 등의 비판은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의미의 남성성이 옳냐 그르냐 또한 여기서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같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팬"과 "보편적 소비자"의 입장이 많이 갈리겠죠. 

 

여담이지만 야전, 전투 병과로 복무한 입장에서, "나는 이렇게 좆뺑이치고 나왔는데 이거 하나 못한 놈들이 남성성 운운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혹자는 개그 / 풍자 뒤에 숨어서 힙합 비판을 표방하는 뷰너가 비겁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대중이 보기에는 "개그맨의 본업을 허슬하는 군필 뷰너"가 "본업의 메세지가 납득이 안되는 사회적 물의 투성이 래퍼들"보다 더 납득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뷰너를 비판하며 힙합에 대한 존중, 혹은 혐오의 중단을 원하는 사람들의 말이 보편/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받아들여지는데에는, 분명 국힙이 판이 커지며 보여준 타 집단에 대한 당연한 혐오, 혐오까지는 아니라고 믿고싶다면 최소한 "멸시" (국힙여고, 게이같다, 남친래퍼, 아이돌음악 비난, 블랙넛 옹호, 계집애같다 등...) 와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그동안 어느정도 외면 혹은 천대한 국힙의 문화도 한 몫 했겠지요. 물론 국힙의 모든 소비자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느 집단이 그렇듯이 온라인에서는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자극적인 목소리가 더 널리 퍼지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 소비자는 딱 그 정도로 받아들였겠고요. 

 

소비에 대한 생각을 조금 써보자면, 이제는 대 스트리밍의 시대고, 모든 소비자가 모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힙합같은 장르음악은 일반 소비자와 팬의 소비 경로가 여전히 극명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초반 혼자 에미넴, 지누션, the roots, d12, 가리온 등의 씨디를 동네 씨디방 가서 구매해서 들을 때는, 찾아 듣는 사람만 찾아 듣는 시장 구조였고, 그런 팬의 소비방식은 여전히 건재하죠. 고스트클럽, 이현준, 공공구같은 아티스트들의 씨디를 개별 주문해서 듣는 사람도 참 많듯이. 또한 예전에는 아티스트들의 음악만 소비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했고 사생활은 더욱 알기 어려웠지요. 

 

하지만 이제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하고, 대중에게 알려지는 경로가 꽤나 부정적인 경우도 많아서 (렉카, 쇼츠, 조롱 컨텐츠, 뉴스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래퍼들의 수많은 범죄) 일반적인 소비자는 힙합의 명암 중 더욱 자극적인 암 만을 접하게 되는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힙합팬들의 상당수도 사실 연예인, 아이돌, 타 장르 예술가에 대해 접하는 경로가 이에 가깝겠지요.

 

산성갑이 (제게는 이제 산성좌... 산성갓... 입니다) 먼저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참 감사합니다. 뷰너의 반응 또한 저는 여전히 찝찝하면서도, 힙합팬이 아닌 사람들에겐 참 납득이 쉽겠구나, 싶었습니다.

 

시원한 결론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뷰너와는 별개로, 힙합이 과하게 욕먹는 현 상황에서 나오는 아쉬움을, 타당성과 납득 가능성 (?)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 시기마다 대중이 원하는 진정성이란 것의 의미로) 이어가본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볼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새로운 앵글을 제시해줬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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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 5.7 12:57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1 5.7 13:51

    소비하는 사람따로 욕하는 사람따로 있다는게 제일 문제인거 같아요. 유튜브 댓글보다가 “개미같은 앨범나와도 댓글로 부르짖는 니네들 안 듣잖아?” 보고서 극공감함..

  • 1 5.7 13:57

    미국도 일관성 똑같이 요구하고 똑같이 그들만의 도덕적 기준이 있음. 스니칭 같은거나 흑인 사회에서의 의리 문화, 가족과 친구, 소속, 동료와 관련된 여러가지

     

    그냥 걔네들이랑 우리랑 사는 배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까 기준이 다른거지 미국문화 따라하겠답시고 등따숩게 자란 샌님들이 갱스터 흉내내고 마약하고 범죄 저지르고 다니는거는 미국이면 욕 배로 쳐먹음. 우리나라만 그런 경향이 있는게 아니고 미국에서 별 게 아닌것도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니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거지

  • e50
    5.8 16:57

    너무 잘 읽었습니다! 힙합에 대한 애정과 현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잘 느껴집니다.. 힙합 팬과 일반 소비자 입장 차이가 너무 커진 지금, 서로 공격하는 글만 보다가 둘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담긴 글을 보니 힐링이 되네요... 저도 비슷한 군필 검머외로써 이 상황이 너무 아쉽고, 이 피 튀기는 공방 또한 시간 지나면 사그라들겠지만 마음 다치는 사람 없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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