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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6 <Rubber Soul>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4.29 15:17조회 수 320추천수 11댓글 6

<Rubber Soul>, 대중음악의 첫 명반으로 기록되는 작품. 어떤 식으로 글을 적어나가는 게 좋을까. 보통 <Rubber Soul> 수많은 찬사와 같은 리뷰들이 뒤따르기에, 나만의 글로 써 내려가자니, 어쩌면 뻔한 글이 될지도 모를 요량이다. 그럼에도 뻔한 감상이 나오는 <Rubber Soul>의 정초에는 장르적 만족감이라는 수식어를 대체할 답이 없기도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세간에서는 록, 소울, 팝, 포크 등이 혼합된 이 작품이 귀에 익지 않아 그저 평이한 작품, 기묘한 작품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지만 <Rubber Soul>을 포크 록으로 뭉뚱그려 설명한다면, 비틀즈(The Beatles)를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유용한 설명이겠으나, 오랜 팬들에게는 살짝의 성미를 돋우는 일이 될 것이다. 비틀즈에게 있어 제대로 된 첫 명반의 포문을 열어준 <Rubber Soul>은 그들이 천천히 걸어온 길만큼이나 크나큰 변화의 모습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본디 진보한 변화의 모습을 탐구한다면 본작의 진면목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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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Help!>가 발매된 같은 해에 <Rubber Soul>이라는 파격적인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은 다소 놀랍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게 <Please Please Me>부터 <Help!>까지의 비틀즈는 미약한 변화는 있을지언정, 로큰롤 기조의 익살스러움은 그들을 대변하는 정체성이었기 때문이다. 비틀즈 본유의 정체성을 과감히 버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나, <Rubber Soul>의 급격한 변화는 이전 모습에서는 쉽게 예상하기 힘든 것이다. 과도한 투어 일정과 지속적인 작업량이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나, 빌보드 1위 곡을 손쉽게 해내던 그들이, 데뷔 싱글조차 꾸리지 않은 채로 내놓은 <Rubber Soul>은 이색적인 감상을 남긴다. 다른 부차적인 요소들을 제한, 오로지 자작곡만으로 승부보기 시작하며, 더욱 정확하게는 음악 예술이라는 모호한 영역 안에 남기로 한 결과물이 바로 <Rubber Soul>이다. 비틀즈는 나름 인기 있을 법한 싱글 모음집을 어필하기 위함이 아닌, 대중에게 각인되고 사랑받을 ‘앨범’을 완성했다. <A Hard Day’s Night>를 제외하면 자작곡을 통하여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든 것은 <Rubber Soul>이 시초이며, 결국 대중음악계에서도 최초의 명반으로 회자될 만큼이나 혁명적인 파괴력을 지니게 되었다.

비틀즈가 앨범 만듦새에 집중했다는 점은 여러 요소에서 등장한다. <Help!>의 파동 이후, 비틀즈는 곧 그들만의 앨범 만들기에 착수했으며, 결과물은 상당히 독특한 모양새이다. 폴 맥카트니(Paul Mcartney)의 우연한 말장난에서 착안된 고무 영혼(Rubber Soul)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당히 절충적인 작품으로 남았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전곡이 하나의 성격에 속하는 단일적인 구성을 자랑하고는, 제한된 구조 안에서 그들은 최대한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법을 선보였다. 후에 나올 <Revolver>와 <Sgt. Pepper…>의 다소 환각적이거나 폭발적인 정동과는 다르게, 네 멤버의 스타일이 가장 상호보완적으로 정제된 앨범은 <Rubber Soul>이 아닐까 싶다. 하나의 단일적 구성은 이윽고 일체감을 형성하며, 그 아래에서 각 멤버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틀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은 절충적인 앨범이 되었다. 특히 나중에 나올 <The Beatles>와의 비교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절충성의 미학은 하나의 단일성으로 나아가니, 전체 앨범에 대한 예의는 첫 트랙을 감상하고는 당연하게 다음 트랙을 눌러서 재생하는 것이 답이 되었다. 결국 <Rubber Soul>의 미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감상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나며, 앨범 단위의 제대로 된 감상이 필요시 되었다. 혹자가 본작을 심심 미지근하게 여긴다면, 감상법이 달랐거나, 혹은 비틀즈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나머지 기대하는 음악상이라는 달랐기에 그럴 수 있다. 본작이 심심찮게 '비틀즈라는 이유로 과대/과소평가'를 받는 것도 앨범 자체의 절충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데, 새로운 측면에서 관찰하자면, “Driver My Car”부터 “Run For Your Life”까지의 ‘평탄함’으로 비롯되는 애틋하고도 고무적인 흐름은 역설적으로 본작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실 비틀즈가 전격으로 수용한 포크라는 장르가 특유의 서정성을 자랑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Rubber Soul>이 자랑하는 색감, 포크 및 팝 록의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A Hard Day’s Night>에서 시작된 포크 록을 가장 효과적으로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Rubber Soul>의 기조는 어디부터였을까. 당시의 버즈(The Byrds)나 밥 딜런(Bob Dylan)의 시적이며 문학적인 가사들의 포크 록은 비틀즈에게도 커다란 나비효과를 형성했으니, 미국 투어에서 만난 이들과 새로 접한 음악들은 새로운 파동을 형성했다. 그 파동의 완성형이 바로 비틀즈의 <Rubber Soul>이다. 이전 작품에서 미약하게나마 발견된 정초들이 발전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본작만의 서정성은 스펀지처럼 흡수한 장르적 역량의 힘을 새로이 해석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즉 포크를 넘어, 포크 록만의 독특한 리릭시즘마저 제대로 받아들인 것은 본작이 처음이다. 포크만큼이나 섬세하고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가사들이 비틀즈의 앨범에 녹아들기 시작한 지점이 더러 발견된다. “Nowhere Man”이나 “In My Life”에서 존 레논(John Lennon)의 자전적이며 성찰적인 시구와 같은 가사가 있다. 그런가 하면,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 직접 작곡한 “Think For Yourself”는 ‘자신만을 위해 생각해 봐’라는 설파와 같은 가사도 재밌다. 이전 작품을 둘러보면, 그들은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매혹적이지만 뻔하기도 한 주제인 사랑을 갈구하는 식의 노래만을 해왔음을 짐작해 보자. 그렇다면 본작의 변화는 그와는 한끝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테다. 자조적이기도 하고, 비판적이기도 하다. 꼭 사랑에 대한 노래만을 하는 법은 없다. 혹은 사랑을 그리는 노래마저도 성찰적이거나 어두운 장면마저 그리니, 음악에 대한 태도적 변화는 비뚤어진 앨범 커버만큼이나 두드러진 모습이다.

본 작품이 단순히 기성 포크를 베낀 형태가 아닌 것을 증명하는 장면은 실험성에 있을 테다. 당시 비틀즈의 강박적으로 다난한 투어 일정 중 스튜디오라는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간의 관심을 피한 도피처이자 실험실이었다. <Rubber Soul>가 관행적인 로큰롤을 벗어나 새로운 사운드로 들리는 것도 그 덕분이다. 도전적이고 세련된 편곡을 비롯해, 다양한 악기들의 도입이 그 예시다. “Norwegian Wood”에서 도입한 인도 악기 시타르나, “In My Life”의 하프시코드 피아노는 물론 인상적이며, 퍼즈 베이스 기타를 처음 도입한 “Think For Yourself”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다. 창의적인 작곡과 편곡은 당시로서는 독특하며, 오늘날에는 절충적인 인상을 남긴다. 놀라운 점이 여기에 있다. 다양한 시도들이 하나의 앨범 구성 아래에 군집하여 고르게 퍼져나가는 점이다. 시타르 악기가 그 곡의 적절한 분위기를 남기는 이유도 그렇다. 다양한 악기들은 전체적인 격조를 높이며, 또 하나의 질감을 위해 놀라울 만큼의 배열 작업을 해내었다. 다시 말하지만 비틀즈의 뿌리는 여러 장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데에 있으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예술적 영감이 버젓이 음악에 녹아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Rubber Soul>의 명성은, 그에 부합하는 완성도를 자랑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보자. 내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로 남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혹자에게 심심하거나 감흥이 부족한 작품으로 남을 수도 있다. 혹은 현대 음악과도 비교했을 때, 아니면 당장의 <The Beatles>, <Sgt. Pepper…>와 비교해도 역동성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Rubber Soul>은 훗날의 시도들과 다르게, 앨범 전체가 감상의 새로운 즐거움을 자랑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른 작품과 비교하여 앨범 내의 티핑포인트는 부재할 수도 있으나, 서정적인 가사의 균일한 음악은 담백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헌신한다. "I Want To Hold Your Hand"의 사랑을 노래하는 소년들이 이윽고 "In My Life"의 자전적인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짧지만 긴 시간을 걸어왔다. 단언컨대 고무적인 영혼을 이룩하는 과정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을 터이다. 부드럽고 순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랑에 복잡함을 부여하고서는, 앨범 전체에 고르게 흩뿌리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유기성', '통일성'이라는 현대 명반을 수식하는 조건인 모호한 수사 표현을 갖다 붙인다고 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혹 본작의 구성에 감탄하고 또한 영향을 받은 Beach Boys, Rolling Stones와 같은 밴드들이 록 음반 예술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들이 당대 관례에 따라 히트곡 모음집 같은 것을 만들 때에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구성의 14곡짜리 탄탄한 정규 앨범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놀라운 일이다. <Rubber Soul>이 최초의 명반이라는 데에 이견이 있더라도, 비틀즈 본인을 포함한 여타 다른 밴드들의 작품에 녹아있는 비틀즈의 흔적은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앨범 그 자체에 있다. 영향력 이전에 작품성. <Rubber Soul>의 영혼은 세간에 컨셉 앨범이라는 지대한 영향을 끼치나, 타 밴드에게 영향을 준 점으로 기억되는 매개체로만 남기에는, <Rubber Soul>만의 정취는 다른 밴드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비틀즈만의 독자적 감성이 버젓이 존재했다. 많은 밴드들이 비틀즈를 참고서 내지 교본으로 삼았던 이유에도 그들은 컨셉이나 형식, 예술적 서사, 제작 방식에서 탁월했기 때문이다. <Rubber Soul>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게도 작품 자체로 탁월하며 훌륭했기 때문이다. 결국 명반의 탄생에는 복잡한 공식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비틀즈는 이를 증명했고, 수많은 이들이 이 공식을 뒤따를 뿐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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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4.29 18:00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Rubber Soul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듯한 글이라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29 23:32
    @BlanQ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4.29 21:08

    현대의 리스너들은 이 앨범 이후의 영향받은 음악들을 쭉 들으면서 자랐으니

    저평가가 생기는 현상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는 해요

    러버소울이 발매되었던 당시의 그 충격을 온전히 느꼈던 당대 사람들의 감상이 어땠을지 참으로 궁금....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29 23:33
    @MarshallMathers

    동감합니다...그럼에도 이 앨범이 지니는 향취가 너무 마음에 드는 건 왜일까요

  • 4.30 20:02

    개추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30 20:56
    @SgtPe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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